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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8/12부터
 오늘: 8 전체: 1413737

 

곽재구의 사평역에서

곽재구(郭在九: 1955.10.15-)   

시인, 아동문학가. 광주 출생, 전남대 국문과 졸업. 숭실대
학교 대학원 졸업. 순천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사평역에서」당선. <5월시> 동인.
시집에 『사평역에서』(1983),『전장포 아리랑』(1985),
『한국의 연인들』(1986), 『서울 세노야』(1990) 등 있다.

신동엽 창작기금, 동서문학상 수상. 주요작으로 「복종」
「첫눈 오는 날」「참 맑은 물살」「새벽편지」「구진포에서」
「새벽을 위하여」「대인동 1」「칠석날」「수선화 핀 언덕」
등이 있으며, 기행문으로 『포구 기행』등이 있다.

사평역(沙平驛)에서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면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안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사평역'에서는 시인 곽재구의 등단 작이며 대표작이다. 이 시는 신춘문예 등단 작
이라는 화려함과 창비시선 표제작으로 정할만큼 그의 시 세계의 문전이었다. 문학
청년들의 애송시로 이 만큼이나 회자되는 시도 귀하다면 이 시는 '창작과 비평'의
민족문학선집, <한국현대대표시선>에 실릴 만큼 가치가 담보되는 시이기도 하다.  

이 시는 늦은 밤 역사에서의 풍경을 서정적으로 그리고 있다.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라는 시의 입구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는 끝맺음으로 눈, 꽃,
불빛이라는 열정들이 청색의 손바닥과 오래 앓은 기침소리를 거쳐 눈물이 되는 흐
름의 자연스러움과 침묵 속에 순간을 호명하는 시인의 낯설음, 뼈아픔이 자연스럽
게 녹아있다.

기차는 시적으로 욕망의 딴 이름이다. 그래서 모든 역은 욕망의 출구로서, 또는 입
구로서 존재한다. 기다림은 곧 욕망을 향한 갈구이지만 이 시에서 전체적인 풍경으
로 비쳐진 귀향은 그 욕망의 실패임을 드러내고, 침묵과 자정은 언어와 공간이 바뀌
는 새로움에 대한 갈망이기도 하다.

송이눈이, 눈꽃으로 변하고 눈시린 유리창이,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으로 변하고,
불빛들이 연속적으로 나열되는 것은 시적 화자의 낯설음과 뼈아픔이 도시적 속성임
을 보여준다. 그것은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확인 할 수 있다.

쌓이고, 지펴지고, 쿨럭이고, 적셔두고, 흘러가는 눈이라는 언어의 속성이 오염된
것이 도시적이라면 침묵은 담배연기에서 눈꽃으로 쌓이는 시적 언어가 된다. 그런
데 그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시는 건 누구인가?

시적 화자는 모두들이라 하지만 그리웠던 순간을 호명하며 눈물을 불빛( 욕망의
시발)에 던져준 건 시적 화자 일뿐이다.

이시는 밤 열차가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고도 싶지 않고 알 수도 없다. 그는 천상
던질거라곤 한줌의 톱밥과 눈물이 빚어낸 돌아가고픈 순간일 뿐이다.

이것은 기다림과 외로움이라는 사랑의 변주이면서 삶에 지친 민중을 보여줌으로
자신의 귀향을 정당화하려는 시인의 숨겨진 의도일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 시가 많은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시적 욕망이 자리한 사평역이 이곳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 이유 하나는 아닐지라도, 많은 버림받은 자들이 이 시를 애송할 수 없
는 이유의 하나는 될런지도 모른다.

▷ 남평역(南平驛)

나주시 남평읍 광촌리에 있는 남평역은 경전선 효천역에서 앵남역 사이의 간이역
으로 무궁화호가 1일 4회 정차한다. 곽재구의 시 '사평역(沙平驛)에서'나 그의 친
구인 소설가 임철우의 '사평역'의 모델이라고 하여 찾는 이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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