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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8/12부터
 오늘: 41 전체: 1428723

 

김용택과 섬진강

김용택(金龍澤: 1951. 9. 28-)

전북 임실군 임실군 덕치면 장산리(長山里) 진메 마을
출생. 순창농림고교를 졸업. 초등학교 교사. 2008년 8월
퇴직. 1982년 창작과 비평사의 《21인 신작시집》에 시
《섬진강》을 발표, 등단하였다.
초기 시는 주로 고향과 고향 사람들의 이야기를 세태에
비추어 서정적으로 노래했다. 초기 연작시 《섬진강》
의 지배적 이미지는 작가 주변 인물들의 서사적 이야기
이며 대부분 긴 형태로 기도나 분노, 풍자의 모습이 나
타난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1997)와 같이 직관에 의한 서정
성이 강조된다. 이 시는 소박한 진실을 바탕으로 전통과
현대를 이어주는 특이한 감응력의 시로 평가되었다.
그는 모더니즘이나 민중문학 등의 문학적 흐름에 얽매
이지 않으면서도 깨끗하고 아름다운 시로 독자들을 감
동시켰다. 대상일 뿐인 자연을 삶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여 절제된 언어로 형상화하
고 있다.

시집으로《섬진강》(창작과 비평사, 1985), 《꽃산 가는 길》(1987), 《누이야 날이
저문다》(청하, 1988), 《그리운 꽃 편지》(1989), 《그대 거침 없는 사랑》(푸른숲,
1993), 《강 같은 세월》(창작과 비평사, 1995), 《그 여자네 집》(창작과비평사,
1998)이 있고, 산문집 《섬진강을 따라가 보라》(1994), 《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창작과 비평사, 1997) 등이 있다.

▷ 섬진강(蟾津江)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꽃,
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등도 달아준다
흐르다 흐르다 목메이면
영산강으로 가는 물줄기를 불러
뼈 으스러지게 그리워 얼싸안고
지리산 뭉툭한 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섬진강물이 어디 몇 놈이 달려들어
퍼낸다고 마를 강물이더냐고,
지리산이 저문 강물에 얼굴을 씻고
일어서서 껄껄 웃으며
무등산을 보며 그렇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노을 띤 무등산이 그렇다고 훤한 이마 끄덕이는
고갯짓을 바라보며
저무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어디 몇몇 애비 없는 후레자식들이
퍼간다고 마를 강물인가를.

섬진강을 사랑하는 수십 편의 시가 있어 김용택을 '섬진강 시인'이라 부른다. 그가
섬진강변에서 태어나서 <섬진강>이라는 주제로 수십 편의 연작시를 썼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위  첫 번째 시가 단연 돋보인다.

▷ 작가의 말

섬진강은 아름다운 강이다. 산과 산들이 만들어낸 계곡을 굽이굽이 굽이돌며 작은
마을들을 곳곳에 거느리고 평화롭게 때론 굽이쳐 부서지며 어쩔 때는 유장함을 자
랑하며 흐르는 아름다운 이 강의 가을은 얼마나 서정적인지 모른다.

강변에, 강언덕에 피어난 억새와 골짜기마다 누렇게 익은 벼들, 그 벼를 거두어들이
는 마을의 부산함, 산마다 고운 단풍과 산아래 하얀 쑥부쟁이꽃들, 해 저문 날의 가을
섬진강은 말로 글로 다할 수 없는 서정이 넘친다. 이 아름답고 고운 강은 전북 진안에
서 발원하여 3개 도와 12개 군을 넘나들며 남도 5백리 길을 흐른다.

나는 이 아름다운 강의 상류쯤에 있는 전북 임실군 덕치면 진메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지금껏 50평생을 살며 글을 쓰고 초등학교 아이들을 가르치며 살고 있다.
나는 22살을 먹을 때까지 글을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우연히 교사가
되어 너무도 우연히 책들을 가까이 하게 되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문학에 빠져들어
오늘까지 문학의 길을 걷고 있다.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하루도 섬진강을 보지 않은 날이 없다. 눈만 뜨고 방문을 열면
언제나 강이 내 눈에 들어왔다. 우리 집 마루에 앉아도 누워도 강물은 보였고, 내가
근무하는 학교까지 가는 길도 강길이고, 학교에서도 눈만 주면 언제나 거기 강이 있
었다.

나는 그 강길에서 내 새파란 청춘을 다 보냈다. 누구나 그렇듯 청춘시절의 견딜 수
없는 외로움과 절망과 고독함들을 나는 혼자 문학에 기대어 지냈다. 내 젊은 청춘
시절은 온통 책과 외로움뿐이었다. 내 주위에 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
었다. 문단에 나가기까지 나는 혼자 절망하고 혼자 일어섰다.

그것은 캄캄한 절망과 눈부신 비상이었다. 나는 캄캄한 그 작은 마을 작은 방에서
부활을 꿈꾸며 살았는지도 모른다. 알을 깨고 세상에 나가려는 나는 견딜 수 없는
외로움에 떨었었다. 거기 강이 있었다. 강은 내 유일한 삶의 위안이었고, 세상을 향
한 길이었다. 나는 외로움을 달래려고 늘 강물을 따라 걷고 강가에 나가 헤매었다.
사랑을 잃었을 때도, 사랑을 얻었을 때도, 기쁘고 슬플 때도, 강물은 내 진정한 동무
였다.

내가 시를 쓰기 시작하면서 강물은 예사로운 강물이 아니었다. 강은 역사의 강이었
고 강물의 외침은 역사의 외침이었다. 강은 내 시의 젖줄이었고, 가난한 마을사람들
의 얼굴이었고, 핏줄기였다. 강과 마을사람들의 일상은 내 시가 되어 세상에 얼굴을
내밀었다. 그들의 분노, 슬픔과 기쁨은 강물을 떠나 있을 수 없었다.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마을 사람들의 사는 모습은 내가 보고 알고 있는 그 어떤
삶의 모습보다 조촐하고 아름다웠다. 그들의 아름답고 작은 삶은 모두 강물을 닮았
다. 늘 고운 앞산, 산을 닮아 이쁜 앞강, 그리고 그 작은 마을 사람들의 일하는 일상
은 늘 내가 꿈꾸는 삶의 모습이었다. 나는, 내 문학은 그 강가 거기에서 태어났고,
거기서 자랐고, 거기 그 강에 있을 것이다. 섬진강은 나의 전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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