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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8/12부터
 오늘: 24 전체: 1428442

 

임철우의 봄날

임철우(林哲佑: 1954.10.15 -)

소설가. 전남 완도 평일도(平日島) 출생. 전남대 영문과,
서강대 대학원 영문과 졸업. 198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에 <개 도둑>이 당선되어 등단함. 그는 젊은 날의 방황을
통하여 현실의 왜곡된 삶의 실상을 보고 인간의 절대적 존
재 의식을 탐구한 작가이다. 한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로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아버지의 땅>, <그리운 남쪽>, <달빛 밟기>,
<붉은 방>, <볼록 거울>, <불임기>, <그 섬에 가고 싶다>,
<사평역> 등이 있다.

▷ 봄날

"시민 여러분! 지금 계엄군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형제, 우리 자매
들이 계엄군의 총칼에 숨져가고 있습니다. 시민 여러분은 어서 도청으로 나와주십
시오오. 우리 모두 총을 들고 저들을 막아냅시다아..“

이날 가두 방송 목소리의 주인공은 박영순(21세, 숭원전문대 2년)과 이경희(목포전문
대) 두 여학생이었다. 그녀들이 토해내는 애절한 절규는 어둠과 총성으로 뒤덮인 심야
의 광주시 전역에 자정부터 무려 세 시간이 넘도록 메아리쳤다. 80만 광주 시민 모두가
이를 들었으나 누구도 집밖으로 나올 수가 없었다. 이미 계엄군이 시 전역을 장악한 상
황에서 그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계엄군은 이들을 빤히 보면서도, 새벽
4시로 정해진 도청 기습 작전까지 소위 ‘기도비닉’을 위해 저격하지 않았다.

대학생 하나가 퍽 주저앉았다. 윤상현이 재빨리 달려가더니, 그를 부축해 회의실 안
쪽으로 옮겼다. 가슴에 총을 맞은 청년은 가망이 없어 보였다. 몸을 일으켜 창 쪽을
향해 막 돌아서려던 순간, 윽, 비명을 토하며 윤상현이 앞으로 엎어졌다. 청년들이
그쪽으로 달려갔다.

“윤상현씨! 정신차리쇼!”
“사, 상현아! 야, 임마!”

무석이 상현을 안고 흔들며 악을 썼다. 옆구리에 몇 발을 맞은 윤상현은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회의실 안까지 총알이 파파팟 날아들었다. (5-410)

김상섭은 차마 그 광경을 볼 수 없었다. 등을 돌린 채 그는 한참 동안 목울음을 삼
켰다. 가눌 수 없는 분노와 슬픔에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한쪽에선 도청
직원들이 수도꼭지에 호스를 연결해서 곳곳에 고여 있는 핏자국들을 씻어내고 있
었다. 갑자기 정문 쪽에서 합창소리가 들려왔다. 임무를 성공리에 완수한 한 무리
의 공수부대 병사들이 대열을 가춘 채 소리 높여 군가를 부르고 있었다. (5-426)

비가 그치고, 하늘이 맑게 걷혀가고 있었다. 눈부시게 흰 깃을 가진 갈매기 하나가
머리 위로 천천히 날아갔다. 명기는 고개를 들어 그 새의 부드러운 날갯짓을 오래
도록 바라보았다.

“그래, 절망하지 말자. 두려워하거나 증오하지도 말자. 이 추한 세상의 악과 폭력
이 오직 절망과 증오만을 가르치려 할지라도, 나는 이제부터 희망을 배워가리라.
인간의 삶을 향한, 가슴 벅찬 소망과 그리움의 노래를...”

명기는 가슴을 펴고 심호흡을 했다. 저만치 맞은 편 섬의 둥근 산등성이 너머로 해
가 천천히 떠오르고 있었다. 눈부시게 맑은, 늦은 봄날의 아침이었다. (5-437)

1984년에 나온 단편인 이 작품을 작가는 1998년에 다시 동명의 5권 짜리
장편소설로 썼다.

임철우의 소설 세계에 있어 원점이라 한다면, 말할 것도 없이 5월 광주를
들어야 할 것이다. 그는 1980년대라는 저 활화산과도 같은 시대의 한복판을
가로지르며 지속적으로 광주 문제의 형상화에 매진해온 유일한 작가이며,
바로 이러한 점으로 인해 8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의 한 사람으로 평가받을
수 있었다.

실제로 80년대 초중반에 그가 써낸 중단편들은 신음 소리로 가득 차 있다. 비명도
아우성도 아니다. 입이 틀어막힌 상태에서 흘러나오는 신음 소리다. 모든 나무상자
가 관으로 보이고, 냇물에 떠내려오는 꽃잎 같은 분홍빛 조각들이 아이들의 손톱인
세계,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는 살아남은 사람들이 자신의 정신을 파괴하는 세계,
거듭되는 악몽의 세계, 뚜벅거리는 발자국은 모두 군화 소리이고 모든 건장한 체격의
남자들이 공포로 다가오는 세계, 무기력한 아버지와 미쳐버린 어머니, 죽어가는 아들
들의 세계이다.

광주는 그 세계의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상징의 성채이다. 1980년대 임철우가 들
려준 광주의 이야기는 그렇게 우의적이고 그로테스크한 색채를 지니고 있다. 1980년
대 중반까지의 정치적 상황은 그 누구에게도 광주 문제에 대한 전면적인 접근을 용인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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