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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8/12부터
 오늘: 6 전체: 1413735

 

박경리의 토지

 박경리(朴景利, 1927.10. 28.-2008.5.5)

1927년 경남 충무생. 진주여고 졸
1956년 단편 <흑흑백백>이 추천되어 문단 등단
<전도(剪刀)>, <불신시대>, <전장과 시장>, <토지>
현대문학 신인상 수상
제2회 여류문학상 수상
2008년 금관문화훈장 추서

 ▷ 작가의 말(1975년 동아일보 기고)

세상이 무섭게 변해간다는 것은 요즘 누구나
하는 얘기로 충격적이거나 감동적인 것이 못
된다. 매사는 그 빈도가 거듭될수록 신선함
격렬함이 사라지게 마련이고 타성에 빠지게
돼 있다.

지속적이지 못한 것은 에너지하고
관계가 있는지 모르지만 여하튼 그것은 인간
의 한계가 아닌가싶다. 그 한계 때문에 우리는
현실에 적응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적응이 최선이 아니라는 점이다. 경우에 따라 살아남을 수도
있고 소멸돼 버릴 수도 있다는 양면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또한 역사의 명운같은 것이기도 하다. 세계화 방향제시를 얘기는 좀 달라
지지만 민족주의에도 두가지 측면이 있다. 과거 일제가 내 민족의 생존권을 박탈
하고 삶의 터전을 강점했을 때 민족주의에는 당위성이 있었고 도덕적이며 또한
정의였다.

반면 타민족을 도륙하고 국토를 강탈한 일본의 민족주의, 혹은 국가주의는 그 당
위성을 인정할 수 없고 부도덕하며 불의였다. 그러나 힘의 논리로 가치기준을 삼
는 사람은 약육강식의 자연법칙을 말한다. 물론 그것은 호도(糊塗)에 불과한 것,
기실 인간을 제외한 지구상의 생명들은 생존할 만큼 취할 뿐이므로 욕망무한의 인
간이나 집단이 내세우는 약육강식은 내용적으로 그 개념이 다르다.

힘의 논리에 의하면 남을 정벌하여 나를, 국가를 부강하게 했다면 그것은 애국이며
나라를 지키지 못한 것은 치욕이라. 그러니까 살인자 강도도 영광이요 피해자는 전
리품(戰利品)이라는 가치전도, 이른바 군국주의의 강변인데 그곳에는 문화가 있을
수 없다. 동물에게 문화가 없듯이. 세계화, 세계주의에도 양면성은 있다. 일찍이 알
렉산더가, 가깝게는 일본, 독일의 히틀러가 전쟁을 전제로 세계정복을 꾀했지만 사
실 세계주의는 인류 마지막의 꿈이기도 하다. 세계정부를 구심점으로 전쟁없는 평
화, 인종 간의 약탈없는 평등을 이상으로 한 꿈인 것이다.

그런데 오늘 세계화의 궁극적 목적은 무엇일까. 불분명하다. 무한경쟁이라는 말이
출정가처럼 울려퍼지고 실제 무역전쟁이라는 용어까지 나돌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결과임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현실 다음에 다가
올 미래는 어떠할 것인가. 무한경쟁의 끝은 어디메일까. 요즘 세계추세를 보면 민족
주의, 혹은 국가주의와 세계화가 전혀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세계주의
와 세계화가 다르기 때문일까. 묘하게도 과거 식민지 쟁탈의 악몽같은 시대가 연상
된다. 영토에서 경제로 대상이 바뀌었을 뿐 쟁탈전은 여전하니 말이다.

시대에 맞는 신문으로 물론 우리는 과거의 쓰라림, 그 전철을 밟지 않겠 다고 안간힘
을 쓰는 것이며 미래를 위해 현실을 희생시킬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을 위해
미래를 희생시킬 수 없는 것 또한 절실한 문제다. 이 딜레마를 푸는 것이야말로 진정
한 세계화의 작업이 아닐까.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 衣食住를 받쳐주는 생산보다 소위
삶의 질을 높인다는 산업의 생산고가 훨씬 앞지르고 있는 오늘, 그러나 역설적인 것은
삶의 질을 높인다는 바로 그것(文明)때문에 인류는 삶의 터전을 잃게 된다는 사실이다.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의식주는 자연과 더불어 순환하고 환원되는 것이지만 기본을 넘
은 여타의 것은, 그것에 쏟아부은 인력과 자원은 순환하는 것이 아니며 되돌아오는 것
도 아니며 결국 쓰레기로 남아서 환경이 파괴되고 오염되고 지구의 자원을 고갈시킬
뿐이다.

그렇다고 옛날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다. 돌아갈 수도 없다. 여기서 우리는 세계화의
방향을 깊이 생각해야 하며 인류가 더불어 살아남을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21세기
는 고도의 기술이 지구복원에 집약되어야 하고 순환하고 환원되는 새로운질서를 강구
해야 하며 삶의 질을 내용에서 높여 가야 지구사막화 인간사막화에서 우리는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민족 수난기에 선도적 역할, 민족의 희망이기도 했던 東亞日報는 오늘 어떠한 위
상일까. 생각해보면 영상매체나 첨단으로 치닫는 시대에 신문의 역할은 무엇일까.
이럴 때 신문은 다시 선도적 역할, 희망적 존재로서, 인류 생존을 위한 보다 본질적인
문제, 삶의 터전에다 말뚝을 박아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것은 미래로 향한 우리들의
간절한 소망이기도 하다.

 ▷ 토지(土地)

제1부
제1편 어둠의 발소리
서(序)

1897년의 한가위 ---

까치들이 울타리 안 감나무에 와서 아침 인사를 하기도 전에, 무색옷에 댕기꼬리를
늘인 아이들은 송편을 입에 물고 마을길을 쏘다니며 기뻐서 날뛴다. 어른들은 해가
중천에서 좀 기울어질 무렵이래야, 차례를 치러야 했고 성묘를 해야 했고 이웃끼리
음식을 나누다 보면 한나절은 넘는다. 이때부터 타작 마당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
하고 들뜨기 시작하고 --- 남정네 노인들보다 아낙들의 채비는 아무래도 더디어지
는데, 그렇 수밖에 없는 것이 식구들 시중에 음식 간수를 끝내어도 제 자신의 치장이
남아 있었으니까. 이 바람에, 고개가 무거운 벼 이삭이 황금빛 물결을 이루는 들판에
서는, 마음 놓은 새 떼들이 모여들어 풍성한 향연을 벌인다.

"후우이이 --- 요놈의 새 떼들아!"

극성스럽게 새를 쫓던 할망구는 와삭와삭 풀발이 선 출입옷으로 갈아 입고, 타작 마
당에서 굿을 보고 있을 것이다. 추석은 마을의 남녀 노유, 사람들에게뿐만 아니라,
강아지나 돼지나 소나 말이나 새들, 시궁창을 드나드는 쥐새끼까지 포식의 날인가
보다.

빠른 장단의 꽹가리 소리, 느린 장단의 둔중한 여음으로 울려 퍼지는 징 소리는 타작
마당과 거리가 먼 최 참판 댁 사랑에서는 흐느낌같이 슬프게 들려 온다. 농부들은 지
금 꽃 달린 고깔을 흔들면서 신명을 내고, 괴롭고 한스러운 일상을 잊으며 굿놀이에
열중하고 있을 것이다. 최 참판 댁에서 섭섭잖게 전곡(錢穀)이 나갔고, 풍년에는 끼치
지 못했으나 실한 평작임엔 틀림이 없을 것인즉, 모처럼 허리끈을 풀어 놓고 쌀밥에
식구들은 배를 두드렸을 테니 하루의 근심은 잊을 만했을 것이다.

이 날은 수수개비를 꺾어도 아이들은 매를 맞지 않는다. 여러 달 만에 소증 풀었다고
느긋해하던 늙은이들은 뒷간 풀입이 잦아 진다. 힘 좋은 젊은이들은 벌써 읍내에 가
고 없었다. 황소 한 마리 끌고 돌아오는 꿈을 꾸며 읍내 씨름판에 몰려간 것이다.
최 참판 댁 사랑은 무인지경(無人之境)처럼 적막하다. 햇빛은 맑게 뜰을 비춰 주는데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가 버렸을까? 새로 바른 방문 장지가 낯설다. (발단부)

1969년부터 박경리가 집필한 대하소설로, 갑오년 동학농민혁명
과 갑오개혁, 을미왜병(1895) 등이 지나간 1897년 한가위로부터
광복의 기쁨을 맞본 1945년 8월 15일까지의 한국 근대사를 시간적
배경으로 하고, 경남 하동 평사리라는 전형적 한국 농촌을 비롯하여
지리산, 서울, 간도, 러시아, 일본, 부산, 진주 등에 걸치는 광활한
국내외적인 공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탈고하기까지 26년 간의
집필 기간, 원고지 3만 매가 넘는 분량의 역작인 동시에 역사와 운
명의 대서사시로서 한국인의 삶의 터전과 그 속에서 개성적 인물들
의 다양한 운명적 삶과 고난, 의지가 민족적 삶으로 확대된 한국의
수작(秀作)이다.

또한 이 작품은 광복 이후 한국 소설사를 대표하는 소설로 선정
되기도 했다. 계간 [문예중앙]이 문학 평론가 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해방 50년 대표 소설 50편]에서 [토지]는 총 52표를 얻어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 평사리 찾는 길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지리산 거대한 능선이 남으로 가지를 친
남부능선의 꼬리에 해당되는 성제봉 아래
넓은 평야지대가 펼쳐진다. 미점리 아미산
아래에서 동정호까지의 넓은 들판은 만석
지기 부자를 서넛은 낼만큼 드넓다.

박경리의 대하소설「토지」의 무대로 유명
한 악양 평사리는 섬진강이 주는 혜택을 한
몸에 받은 땅이다.

평사리가 위치한 지명인 악양은 중국의 악양과 닮았다 하여 지어진 이름이며 중국에 있
는 지명을 따와서 평사리 강변 모래밭을 금당이라 하고 모래밭 안에 있는 호수를 동정호
라 했다. 악양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것 중에 소상팔경이 있으며, 평사리들에 위치한 동정
호와 악양의 소상팔경은 이곳 사람들의 자랑거리로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가득 담긴 풍경
을 자아낸다.

또한 형제봉 중턱 300m에 위치한 사적 제151호 고소성은 신라시대 축성한 것으로 섬진강
과 동정호를 발 아래 두고 천년의 발자취를 말해준다.

또한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최참판댁이 건립되어 소설 속의 명소가 관광자원화 되
어 우리 곁에 가까이 왔다.

최참판댁을 올라가는 길은 구불구불하다. 옛 돌담을 덮고 있는 담쟁이가 정겹고 최참판댁
마당에서 내려다 보는 평사리의 정경은 풍요로운 옛 고을을 느끼게 해 준다.
 
가는 길
- 부산방면에서 가는 길 : 부산 - 마산 - 진주 - 하동읍 - 악양
- 광주방면에서 가는 길 : 광주 - 구례 - 화개 - 악양

박경리 문학기념관
강원도 원주시 단구동 742-9 영동고속도로 원주 인터체인지에서 내려
시내로 진입, 서원대로변 끝부분. 박경리 기념공원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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